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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0219
일 자
18.09.27 09:5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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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동창회
제목 : <동문칼럼> 백인의 식탁 천인의 놀이터

백인의 식탁 천인의 놀이터

 

 

고려인 인문사회연구소가 개소했습니다.

 

 

글 : 홍인화 (생물학‧83, 국제학박사, 고려인인문사회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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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인이 다시 대한민국 땅을 밟은 것은 88서울올림픽을 계기로 시작되어 30년이 되었다. 고려인은 일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조국을 위해 나라를 떠났다. 154년 전 고려인이 우리 동포의 최초의 이주민이었다. 81년 전 강제이주도 당했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다시 조국 땅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러나 아직까지 제대로 정착하지 못한 채 나그네이자 이방인으로 살아가고 있다. 이제는 고려인을 대한민국 공동체의 일원으로 받아들일 때다. 그리하여 새로운 미래를 위한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

 

 

고려인 마을에서 상임이사를 하고 있으면서도 몇몇 인사들과 함께 뜻을 모아 ‘고려인 인문사회연구소’를 개소한 것도 그 같은 취지에서다. 지난 8월 연구소를 개소하고 이를 기념하여 문화 및 학술행사를 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 공동주최하였다. 앞으로 광주문화재단을 비롯한 각계 기관과 함께 다양한 연구를 수행하고 나아가 경제, 사회, 문화적 장애물을 제거해 고려인들이 진정한 대한민국 국민으로 거듭 태어날 수 있도록 그 기반을 다지고자 한다.

 

 

개소기념 학술행사 식전이벤트로 최영화 교수가 연출한 뮤지컬 ‘나는 고려인이다’는 이주의 역사를 담담하게 그려내 보는 이의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고려인들은 일제하 1860년부터 연해주로 건너가기 시작한다. 거기서 어느 정도 정착하게 된 고려인들은 한차례 홍역을 치른다. 1937년 중앙아시아로 강제이주 당한 것이다. 그리고 죽음과 같은 무게의 고통을 이겨내며 중앙아시아의 버려진 땅을 개간해 옥토로 만들어냈다. 그들은 왜 시베리아 혹은 중앙아시아에서 죽어 갔을까?

 

 

‘고려인 인문사회연구소’ 개소 기념행사의 제목인 ‘백인의 식탁, 천인의 놀이터’는 연구소의 창립취지와 활동방향을 함축적으로 담고 있다. ‘백인의 식탁’에서 ‘백인’이란, 한민족을 상징하는 백의민족의 흰 백(白)자를 의미한다. 또한 예로부터 최고의 숫자를 의미했던 일백 백(百)자를 통해 보편적인 인간 다수를 상징한다. 즉, ‘백인의 식탁’은 보편적인 한민족이 밥을 먹는 공간인 백인의 식탁에서 먹거리를 나누며 함께 생존권을 논의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러한 백인(白人)의 식탁은 천인(天人)의 놀이터로 이어진다. ‘천인의 놀이터’에서 천인이란, 인간의 존엄성의 기원이며 모든 인간의 평등의 기원인 하늘 천(天), 그리고 일백 백(百)보다 더 크게 확장된 범위의 보편인 일천 천(千)을 뜻한다. 백인의 생존권을 보장함으로써 민족적 보편의 범위를 넘어 하늘 아래 모두 평등하게 존엄한 인간의 더 큰 보편적 행복권을 위한 천인의 놀이터가 펼쳐질 것이라는 믿음을 담고 있다. 천인의 놀이터는 민족을 넘어선 보편 인권으로서 행복권을 의미한다. ‘고려인인문사회연구소’는 한민족인 고려인의 생존권으로부터 한민족을 넘어선 이웃들의 행복권이 보장될 사회를 꿈꾸고 있다.

 

 

고려인인문사회연구소는 가야할 길이 멀다. 우선 세 가지를 목표로 삼아 그 길을 달려갈 참이다. 첫째, 고려인에 대한 다양한 연구 과제를 수행하는 것이다. 시간적 측면에서 과거와 현재 미래를 다각도로 조망하고 공간적 측면에서 그들이 살아온 거주지를 기점으로 하여 효과적인 정책과 제도 마련 및 고려인의 시민사회 정착을 위한 연구의 기초를 마련하고자 한다. 둘째, 시민과의 교류협력의 장을 펼칠 것을 목표로 한다. 토론회와 포럼 출판 및 문화행사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시민과 어우를 수 있는 다양한 교류 협력의 장을 연다. 이를 통해 고려인이 광주시민들 나아가 대한민국 국민들의 진정한 이웃으로 자리매김할 기회를 가져야 한다. 셋째, 시대에 부합하는 미래의 실천적 정책 과제를 제시한다. 앞으로 대한민국은 통일과 다문화의 시대를 맞이하게 된다. 고려인은 우리의 동포이면서 다문화 시대의 동료라는 정체성을 띠고 있으므로 미래 대한민국에서 중요하게 활용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누가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관한 시대적 감각에 맞는 실천적 고민이 필요하다. 고려인 인문사회 연구소는 각 정부기관과 시민사회가 직접 활용할 수 있는 실천적 정책과제를 제시한다.

 

 

고려인들을 바라볼 때 생김새가 같다는 점에서 다른 외국인보다는 호감을 갖지만 한국어를 잘하지 못하기에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고려인은 말로는 ‘동포’요, ‘한겨레’이며 ‘핏줄’이라고 하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변방인’으로 취급받고 있다. 고려인들, 특히 국내체류 고려인들은 언어구사능력이 떨어져 취업이 어렵고 소득이 적기 때문에 생활수준이 열악하다. 대부분의 고려인이 취업을 위해 이주 노동하는 것이 아니라 정착을 위해 이주하고 있지만 이들이 한국사회에서 잘 정착할 수 있도록 돕는 제도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래서 그에 맞는 새로운 행정체계가 필요하다. 대한민국에 정착하고자 하는 고려인들을 위한 노력을 우리가 쉬지 않고 할 때 고려인은 우리의 진정한 동포가 되고 이웃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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