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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자
10.02.0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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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8
글쓴이
이미란
제목 : 학교가 희망이다

학교가 희망이다

 

                                                                        

이미란(국어국문76-80) 동문

                                                                       전남대학교 국문학과 교수·소설가

 

언젠가, 학교에서 무상급식을 하는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 가까운 분이 상담을 해 왔다.

큰애가 이제 중학교에 가게 되었는데, 사춘기의 예민한 나이이니, 버겁더라도 급식비를 내면서 다른 아이들처럼 먹게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다달이 급식비를 낼 만큼 여유가 있는 형편이 아닌데도, 새 친구들을 만나서 눈치를 보게 될 아이의 마음을 걱정하는 모양이었다. 나는 아이를 만나, 무상급식을 받는 일이 절대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했다. 너는 네 부모의 아이일 뿐만 아니라, 우리 나라의 아이이기도 하다는 것, 너를 양육할 책임이 부모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도 있는 것이며, 그래서 우리가 세금을 낸다는 등의 이야기를 하는데, 아이가 손바닥으로 눈시울을 눌렀다. 아이가 지금 무상급식을 하고 있다면 내 말을 이해해서가 아니라 어찌할 수 없는 제 집의 형편 때문이리라.

학교에서 저소득층의 아이들만 골라내어 무상급식을 하지 않고, 전체 학생들에게 무상급식을 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 우선은 밥 때문에 마음의 상처를 받는 아이들이 없어질 것이다. 기초생활보호대상자라는 증명서를 내고 가난한 아이로 분류되어 눈칫밥을 먹는 아이들도 없어질 것이고, 부모의 실직이나 이혼, 갑작스런 병마로 급식비를 내지 못해 밥을 굶는 아이들도 없어질 것이다.

또한 의무교육기간 동안 학부모 학교 부담금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급식비에서 자유롭게 됨으로써 중간 계층의 가정 경제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고, 무엇보다도 공교육의 차원에서 우리 아이들에게 건강한 밥상을 제공하여 올바른 식습관을 길들이고, 나눔의 공동체 의식을 키워나갈 수 있게 할 것이다. 이는 맞벌이 가정을 지원하는 일일 뿐 아니라, 우리의 아이들을 우리가 함께 키운다는 사회 구성원 간의 연대의식을 강화하는 일이 될 것이다.

복지의 혜택이 빈곤·소외 계층에게 집중되는 것을 ‘잔여적 복지’라고 하는데, 이는 시혜적 복지의 개념이며, 국민 모두를 대상으로 동일한 혜택을 주는 것을 ‘보편적 복지’라고 하는데, 이는 국민이라면 누구나 누릴 수 있는 권리 차원의 복지 개념이다. 빈곤층에 대한 선택적 무상급식은 ‘잔여적 복지’에 해당하며, 의무교육을 받는 전체 학생에 대한 무상급식은 ‘보편적 복지’의 형태라고 하겠다.

우리가 흔히 복지국가라고 부러워하는 북유럽의 나라들은 모두 이 ‘보편적 복지’가 잘 되어 있는 국가들이다. 불행의 책임을 개인이 아닌 사회 구조의 한계로 보고, 국가가 적극 개입하여 항상적인 사회보장제도나 복지제도로써 구성원 모두에게 삶의 안정감을 누릴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국민 1인당 GDP가 이만 달러, 국가의 경제 규모가 세계 10위권을 오르내리는 우리도 이제 이러한 복지 수준을 누릴 만큼은 되지 않았을까? 그리고 이 보편적 복지국가에로의 출발은 학교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부모보다 신분 상승을 할 가능성을 의미하는 ‘세대간 이동성’의 지수가 높을수록 기회의 평등이 실현되는 나라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세습 부자만이 존재하고, 의학전문대학원이나 법학전문대학원의 높은 학비를 감당할 수 있는 사람만이 의사가 되고 변호사가 되는 나라라면 무슨 희망이 있겠는가. 부모의 소득 수준이 아이들의 교육 수준을 결정하고 교육이 사회의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일을 보편적 제도로서의 다양한 교육 복지를 통해 해소할 수 있어야 한다.

국회예산정책실에 따르면 초등학생과 중학생에게 무상급식을 실시할 경우, 2015년까지 5년간 총 8조7천622억원 정도가 든다고 한다. 매년 20조 이상의 세수가 감소될 것으로 예상되는 부유층 감세, 이를 예전 수준으로 되돌리기만 해도 교육의 보편적 복지 프로그램들을 획기적으로 운영해 낼 수 있지 않을까?

/광주일보 2010.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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