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마당 > 칼럼/인터뷰
글번호
104199
일 자
10.03.08 00:00:00
조회수
1198
글쓴이
김여경
제목 : 달력 빨간날이 두려운 이유

달력 빨간날이 두려운 이유

 

화순전남대병원 혈액내과 교수

김여경(의학91-98)

 

 

혈액암’이라고 하면 대부분 백혈병이라는 생각과 함께 불치병이라는 단어를 떠올린다.


“사랑은 결코 미안하다는 말을 해서는 안되는 거야” 라는 명대사를 남겨 전 세계 연인들의 심금을 울린 영화 러브스토리 이후, 수많은 소설과 영화의 주인공들이 이 병에 걸려서 운명적인 사랑을 해야 했던 바람에 백혈병이 불치의 병이라는 오명을 뒤집어 쓴 건 아닐까?


그러나 혈액암은 급성, 만성 백혈병 외에도 골수형성이상증후군, 악성림프종 및 다발성골수종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며, 지난 수십년간 치료 방법이 발전함에 따라 불치병에서 난치병으로, 그리고 이제는 신약들이 속속 개발됨에 따라 완치가 가능한 병으로 간주되고 있다.


혈액암이 불치병으로 알려진 이유는, 위장관암이나 폐암처럼 암세포를 초기에 발견해서 수술로 떼어버릴 수 없다는 점이 작용한 것 같다. 혈액암은 다른 암과 달리 수술로 한번에 해결할 수 없는 단점이 있다. 반면 전신에 퍼져 있다 하더라도 항암치료제로 완치가 될 수 있는 암이다.


이런 연유로 혈액암은 모든 암 중에서 치료법의 발전이 가장 빠른 분야다. 최근 새로운 치료법들이 개발되면서 각종 암들의 완치율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골수 내의 조혈모세포를 건강한 세포로 바꾸어주는 조혈모세포이식이 도입되면서 비약적인 발전을 가져오게 됐다. 또 일반적인 세포 독성 항암치료제 외에 표적 치료제 및 항체 치료제들이 개발돼 완치율이 점점 증가되고 있다.


하지만 좋은 약이 있다고 하더라도 잘 안듣는 혈액암도 있다. 그래서 아직까지는 조혈모세포이식만이 완치를 위한 치료법인 경우도 많다. 조혈모세포를 공여하려면 혈액형이 같을 필요는 없다. 백혈구조직적합항원이 일치해야 한다. 백혈구조직적합항원이 일치하는지 알기 위해서 공여자가 골수검사를 할 필요는 없고 혈액검사만 해보면 알 수가 있다.


올해 달력을 보면서 짧은 연휴 때문에 많은 직장인들이 한숨을 쉬었을 것이다.


의사도 직장인인지라 달력에 빨간 날이 적으면 우울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나 혈액암 관련 의사들에게 가장 무서운 것은 빨간 날이 연일 계속되는 달력이다.


방학기간이나 연휴가 오래 계속되거나 올해처럼 신종 플루와 같은 문제가 생기면 헌혈하는 사람들이 적어져서 혈액 제재가 부족해진다. 백혈병 환자들이 항암치료 후 회복하려면 최소 3주에서 한달 정도는 빈혈이 계속되고 혈소판치가 정상인의 1/10 미만으로 감소되기 때문에, 저산소증 및 출혈을 방지하기 위해 거의 매일 수혈을 받아야 한다.


혈액검사에서 혈소판치가 매우 낮은데 혈소판이 없어 바로 수혈을 받지 못하면, 邂? 무렵에는 출혈로 인해 심하면 사망하는 일까지 발생하므로 애가 탄다.


요즘 TV 광고를 보면 ‘물은 다른 것으로 대체할 수 없다’는 말이 나오는데, ‘혈액은 다른 것으로 대체할 수가 없다’는 말로 치환할 수 있겠다. 인공 혈액을 개발하면 노벨상감이겠지만 아직까지는 요원하다.


요즘같이 바쁘게 살아야 보조를 맞출 수 있는 현실에서 헌혈을 마음처럼 쉽게 하기는 어려운 현실이지만, 오늘 나와 같은 혈액형을 가진 환자 한 명의 생명을 구해 보겠다는 결심을 한번쯤 해 볼 일이다.

첨부파일 첨부파일:
목록으로